쿼텟(Quartet/カルテット, 2011) by 곰냥이



2011년 1분기 일본 드라마 '쿼텟'을 뒤늦게 보게 됐다. TBS 심야 드라마로, 하드보일드(?)를 표방하고 있단다.
이 드라마는 강렬하고,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볼 만하다. 그렇지만 잔인하고 오버스러운 것이 싫다면 싫어할 수도 있다.
1회 분량이 거의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고, 9회로 완결이 되기 때문에 조금 긴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원작의 작자는 오오사와 아리마사. 크로스 미디어 기획에 의해 드라마화 되었단다.

이 드라마의 매력을 몇 가지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드라마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움켜쥐고 소유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삶은 상실의 연속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우리 인생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구치나와(카미카와 타카야)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두 다리를 잃었고,
슌(후쿠다 사키)은 희망을 좇아 숨어 든 일본에서 부모는 물론 사랑하는 남동생까지 잃었다.
타케루(마츠시타 유야)는 약에 취한 살인자 때문에 온 가족을 잃었으며,
카스미(나츠나)는 욕망에 가득 차 있는 츠카모토 때문에 가장 소중한 친구 세이라를 잃었다.
이처럼 상실의 아픔에 이끌려 살아가는 이 네 사람이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그 누구도 함께 져 주지 않는 삶의 무게, 해결되지 않는 분노가 드라마 전반에 깔려 있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둘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장소, 미도리쵸.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미도리쵸는 일본 내부에 존재하지만 일본 법의 영향력이 미쳐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다.
일본으로 숨어든 외국인들이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몇 명이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정부는 손대지 못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등록된 이름도 없고, 소속도 없다.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셈이다.
실제로 일본에 그런 곳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 설정 자체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데 큰 힘이 되는 매력적인 설정이다.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성이 존재하지 않는 미도리쵸.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도 미도리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셋째, 신선한 소재와 사악한 츠카모토의 연기.
마약이라는 신선한 소재, 마약과 폭력을 즐기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 그런 인간의 내면의 연약함을 이용하는 사악한 츠카모토.
이 모든 것이 박자가 잘 맞았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은 츠카모토.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사악해 보였다.
덕분에 드라마의 중심이 잘 잡힌 것 같다.

이렇게 매력이 많은 드라마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의 끝에 가서는 조금 유치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연기 변신을 시도한 후쿠다 사키의 연기도 가끔은 과장되어 보였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반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된다.
흔한 사랑 이야기, 재미 없는 추리물, 형사물에 지쳤다면 한번 쯤 볼 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19세 이상 관람간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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