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접대냥 앞머리 by 곰냥이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희옹이와 아슬아슬하게 영역을 공유하고 있던 얼룩냥이가 있었다.
이마의 얼룩 무늬가 마치 앞머리를 내린 것 같아서 앞머리라고 불렀다.
태어난 지는 일 년이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유독 몸이 작았다.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꼬리가 말라붙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더 가여워 보였다.

그런데 요녀석 흔히 말하는 접대냥이, 개냥이다.
길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나를 따라 우리집 앞까지 왔고, 다리사이 왔다 갔다 부비대는 건 기본. 손길도 전혀 피하지 않았다. 
게다가 집을 알고 간 며칠 후엔 집앞에서 냐옹냐옹 큰 소리로 날 불러내 사료를 얻어먹었다.
이런 길냥이는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오@


저 곱게 빗어 넘긴 듯한 앞머리 좀 봐. 패션 센스가 아주^^;


카메라에 얼굴 들이미는 건 기본!!

그런데 처음엔 나한테만 이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네 인심 좋은 사람들에겐 다 찾아가 이런 접대를 한 모양이다.
아니, 접대라기보다 관리를 한 모양이다. 즉, 우리는 앞머리의 인기 관리 대상 중 한 명이었다.

햇살 좋은 날엔 동네 슈퍼 매대에 누워 뒹굴며 주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맘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앞머리를 내쫓지 않으셨고, 덕분에 앞머리는 한참씩 해바라기를 하고, 낮잠도 잤다.

안타까운 건 고양이 세계에선 앞머리가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거다. 약하고 작은 고양이는 자주 공격의 대상이 되었나보다.
콧잔등과 뒷다리엔 할퀴어진 상처, 물어 뜯긴 상처가 자주 엿보였다. 볼 때마다 어딘가 다쳐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성격 좋고 다정한 고양이가 누군가의 고양이였다면, 좀 덜 아팠을까 싶다.
앞머리에게 건네고 싶은 건 한 그릇 사료만이 아니다. 힘내라, 건강해라, 살아남아라 하는 격려, 예쁘구나, 귀엽구나 하는 칭찬이다.
앞머리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길 기도해 본다.

덧글

  • 흑곰 2011/03/07 08:53 # 답글

    친근친근한 친구로군요 ㅇ_ㅇ)ㅎ
  • 곰냥이 2011/03/07 14:43 #

    네^^ 사람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혹시 누가 기르다 내버린 건 아니겠죠..ㅠ.ㅠ 아니라고 믿어요;;
    성격이 그런 걸 거라고;;
  • 찡찡 2011/03/07 10:43 # 답글

    앞머리가 무사히 이 겨울을 보냈길 바래요. 이렇게 사람 잘 따르는 길냥이도 드물텐데...
    계속 흑석동의 인심 좋은 주민들 관리를 했다면 이쁘게 잘 지내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 곰냥이 2011/03/07 14:42 #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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