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를 통해 배운 것들 by 곰냥이

고롱이가 2012년 초겨울, 갑자기 우리집 둘째가 된 것처럼 돌이도 2004년 초겨울, 예고 없이 우리집 첫째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11월은 놀라운 달이다. 두 아이가 모두 11월에 우리집에 왔으니 말이다.
(불어오는 찬바람에 옆구리가 시려 아이들을 덜렁덜렁 입양한 건가??)



첫 애완동물이라 미숙한 엄마였기 때문에 혼내기도 많이 했고, 아프게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늘 그 자리에 있어주었던 돌이에게 참 고맙다.

사실 돌이를 만나기 전까지 나에게 동물은 동물일 뿐이었다.
돌이를 데려올 때도 돌이와의 깊은 감정적 소통, 가족애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는 8년의 세월동안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많은 위로를 주었고,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돌이는 나의 20대, 나의 젊음, 나의 8년 세월 그 자체이다.


돌이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고, 나의 팔을 베고 잠들고,
내 눈짓만 보아도 내 감정을 읽어내고, 내가 울 때는 함께 슬퍼해 준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준 것도 돌이였고, 나의 긴 절망의 시기를 함께 버텨준 것도 돌이였다.
돌이를 통해 동물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거짓 없는 신뢰가 주는 위로와 든든함이 어떤 것인지도 배웠다.
다른 어떤 가족에게도 보인 적 없는 나의 거친 모습도 돌이는 다 받아주었고, 그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었다.

하나님께서 날 혼자 둘 수 없어 돌이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덟 살 반. 이젠 돌이도 청년기를 넘어 중년기에 접어드는 것 같다.
놀랍게도 입 주위와 눈 주위에 흰 털이 나고, 아주 가끔이지만 어릴 적 다쳤던 왼쪽 뒷다리를 저는 적도 있다.

그런 돌이를 보며 가끔은 생각한다.
지난 8년, 돌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

때때로 잔인하게 소리치며 혼내고, 너를 혼자 두어 외롭게 만들고, 다른 일로 화난 것을 너에게 풀기도 했는데.
그래도 나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고 추억해 줄까?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10년은 남았겠지?
그래, 아직 함께 한 시간보다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거야.
너와 함께 나이먹어 가다 보면 나는 또 마흔이 되겠지.
그러면 너는 또 나의 30대가 되고, 나의 온 젊음을 함께한 동반자가 될 거야.
앞으로 더 사랑해 줄게. 네가 주었던 모든 것들을 다 돌려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함께 하자.
인간이란 불확실함 속을 살아가기 때문에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너와 함께한 지난 8년이 확실한 것처럼 너와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들도 확실하다고 생각해.


돌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고롱이를 구조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키울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를 통해 알게된 동물의 사랑스러움, 다시 생각하게 된 생명에 대한 소중함 덕분에 나는 고롱이를 구조하고, 입양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사실 고롱이가 집에 온 뒤, 돌이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고롱이의 온갖 장난과 심술에도(뺨 후려 갈기기, 꼬리 물어뜯기, 뒷다리 깨물기, 매복했다 덮치기, 물 빼앗아 먹기 등등) 
돌이는 절대 고롱이를 해치지 않는다.
정말 착하디 착하다. 미련한 건가, 성인군자인 건가 싶을 정도로.
이런 돌이가 아니었다면 고롱이의 초고속 회복과 적응도 불가능했겠지.

Isn't he lovely?

미성숙한 인간이라 여전히 때로는 소리지르고, 때로는 쥐어박기도 하고, 놀자고 물고 온 인형을 모른 척 하기도 하지만
우리 돌이, 진심으로 고맙다. 사랑한다.

돌아!
네가 보여주는 거짓 없는 마음처럼 거짓 없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함께 할게.
고롱이와 우리 셋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2013년도 살아내야 해!

덧글

  • 엘레봉 2013/01/11 14:25 # 답글

    괜히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가 생긴게 아닌것 같아요.
    이제 돌이도 있고 고롱이도 있으니 앞으론 더욱 행복할 겁니다.

    허나 30대가 되는건 여러모로 복잡미묘하네요. 뭣보다 전 올해로 서른에 들어서는데 아무런 감흥조차 안드니..
    이거 큰 나이인데 말입니다.-_-;
  • 곰냥이 2013/01/11 20:23 #

    나이 따위;;ㅋㅋㅋ 저도 별 감흥 없었고, 올해도 역시 없어요. 그저 해가 바뀌었을 뿐이죠^^ 새로운 시작이 주어졌구요. 화이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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