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by 곰냥이

2012년 3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후 1층인 집의 베란다를 통해 삼색냥이와 새끼인 노랑둥이에게 밥을 주곤 했다.
휘파람을 불면 달려오는 고양이들을 만나는 것이 밤시간의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2012년 9월, 삼색냥이가 또 새끼를 이끌고 나타났다.
두 마리의 고등어무늬 냥이와 한 마리의 턱시도 냥이였다.
삼색이 어미는 꼬물꼬물대는 새끼들을 아파트 1층 밑 틈에서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경비아저씨가 내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다는 걸 눈치챘고, 밥을 주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래도 몰래몰래 밥을 주었는데 결국 아저씨가 고양이들을 쫓아내 버렸다.
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위로 10월부터 날씨가 쌀쌀했는데 결국 아직 두 달도 되지 않은 아깽이들은 사라졌다.

10월 말쯤 되었을 때, 동네 캣맘들로부터 새끼 중 한 마리가 아파트 지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11월이 시작될 무렵 아파트 지하실을 찾았다.
꽤 많이 자란 턱시도냥이가 지하실에서 사람만 기다리며 앵앵대고 있었다.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그릉그릉 고롱고롱 골골송을 불러댔다.

아파트를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지하실에 처음 숨어든 아깽이를 귀여워해 밥도 주고 안아주기도 해서 아깽이가 사람 손을 타 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깽이가 자라면서 아무 데나 실례를 하고, 스크래치도 하자 아주머니들은 아깽이가 귀찮아져 버렸단 거다.
그래서 어미도 돌보지 않게 된 아깽이를 추위가 찾아오는데 내쫓으려 하고 계셨다.

우리 집에는 8년된 겁쟁이 중형견 돌이가 살고 있기 때문에 아깽이를 선뜻 집으로 데려올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사회성 떨어지는 아이를ㅠㅠ)
그래서 가끔 내려가 밥을 주고 후드형 화장실을 사다 주었다. 하지만 화장실 사용법을 모르는 아깽이...ㅠ.ㅠ
결국 일주일간 입양처를 못 찾으면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되었던 그 때, 아깽이의 오른쪽 뺨이 점점 부어오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 예쁜 녀석의 뺨에 혹이 생긴 것이다.
3일 만에 (조금 과장해서) 자기 얼굴만한 혹이 오른쪽 뺨에 생겨버렸다.
침샘염인지 림프 문제인지 고민을 하며 결국 병원을 찾았다.

10만원 이하로 해결이 되면 치료를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인은 외상으로 인한 농양(턱에 가시가 박혀 그 부분이 곪은 것). 수술비는 3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사비를 털어 농양 제거 수술을 시켰다.
벌써 중성화도 시킬 수 있는 상태라고 해서 전신 마취를 하는 김에 중성화 수술도 함께 해 주었다.
결국 30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들었고, 우리집에서 회복 경과를 보기로 했다. 입양처를 찾으면서...

수술한 녀석답지 않게 씩씩한 요녀석.
데려가겠다는 사람도 있어 병원에 다닐 동안만 돌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점점 정이 들었고, 데려가기로 한 언니와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 언니가 그 사이 다른 고양이를 입양한 것.(친구의 말로는 그 언니와 고롱이는 묘연이 아닌 거라고.)
그래서 결국 이 녀석은 갈 곳을 잃었고, 우리집에 눌러 앉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고롱고롱'대던 것이 인상적이라 이름도 고롱이로 지었다.

그런데 요놈 금세 여덟살 형아보다 더 당당하게 주인 행세를 한다.

침대 위 포즈만 봐도 알 수 있는 편안함.
우리집에 온 지 두 달이 된 지금은...

돌이와도 이렇게 함께 누워 자기도 한다. (둘 다 자다 깨서 헤롱헤롱)
아직은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함께 뛰놀기도 한다...
고롱이는 양적 팽창이 엄청나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몸 크기가 두 배가 되었다.
엉덩이에 살이 붙어 궁디팡팡할 맛이 난다. 찰진 궁뎅이.

물론 질적 팽창도 있었다. 후드 화장실 이용법도 익혔고, 자기 이름인 "고롱"도 알아 듣고,"하지마", "쓰읍"도 알아 듣게 되었다.
아직은 내 말을 잘 들어주진 않지만 반응은 한다는;;(고양이에게 뭘 기대해)

아무튼 2012년의 끝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이젠 좌콩돌 우고롱을 끼고 잠에 든다.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
2013년은 고롱이가 함께 있어 더 따뜻하고 행복할 것 같다.

넝쿨째 굴러온 고롱이가 큰 복이 되어주길 바라며 앞으로 고롱이 소식 종종 전하기로 해요!

덧글

  • 엘레봉 2013/01/05 10:57 # 답글

    수술비도 수술비고, 개가 있는 환경에서 고양이 델고 오는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큰 일 하셨네요.
    좋은 한 해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 곰냥이 2013/01/06 02:19 #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엘레봉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워섭맘 2013/01/05 13:34 # 삭제 답글

    훈훈한 이야기 감사히 읽고 덧글 달고 갑니다. 2013년 복 많이 많이 받으실 거예요^^ 예쁜 아이들과 더욱 행복하시길!!
  • 곰냥이 2013/01/06 02:20 #

    덧글 감사합니다. 워섭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스피노자의 정신 2013/01/05 18:43 # 답글

    좋은 이야기네요.^^
  • chocochip 2013/01/05 20:07 # 답글

    어이구... 큰 일 하셨어요! 저라면 설령 애를 병원에 데려갔더라도 입양까진 쉽게 결정 못 했을텐데... 고롱이가 가족들에게 큰 기쁨이 되기를 바랄게요. 이미 그럴 것 같지만요.
  • 곰냥이 2013/01/06 02:21 #

    가족들과는 따로 살고 있는데 사실 아직 비밀이에요ㅠ.ㅠ
    돌이 키울 때도 워낙 안 좋아하셨었거든요.ㅠ
    저에게는 큰 기쁨이지만요^^
    그리고 저는 입양을 '결정'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키우고 있네요.
    아하하;; 묘연이 닿은 거겠지요.
  • 이난 2013/01/06 01:45 # 답글

    두어살이 지난 강아지와 아깽이의 경우는 의외로 조합이 좋다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었어요.
    연상(?) 강아지는 애기고양이를 아가로 봐주고 잘 데리고 논다고 하더라구요. 반대의 경우는 어떤지 못 들었지만..
    아무튼 강아지도 고양이도 너무 귀엽네요 :)
    행복하시겠어요. 행복을 갖기까지 많은 고민 하셨겠지만, 역시 그만큼 행복하실거에요.
  • 곰냥이 2013/01/06 02:22 #

    네, 감사해요.
    둘이 난리 치면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아직 잘 구분이 안 돼요.
    고롱이가 돌이를 너무 귀찮게 해서 조금 문제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좋은 조합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qwe 2013/01/06 14:38 # 삭제 답글

    혹시 어디 사시나요? 저 까만 고양이 예전에 길냥이로 돌아다니는걸 거둬서 몇달 기르다가 애가 지 맘대로 나가더니 안 돌아온 기억이 있는데..
  • 곰냥이 2013/01/07 02:48 #

    고롱인 이제 5개월이에요... 3개월부터 제가 거뒀구 그 전엔 아파트 지하에 살았구 그 전엔 아파트 화단에 살았으니 다른 아이일 거예요^^
    기르시던 때가 언제였는데요?
  • 흑곰 2013/01/06 20:26 # 답글

    될성부를 묘린이 이해심 많은 견공과 즐거운 묘생 ㅇ_ㅇ)>
  • 깅깅 2013/01/07 01:09 # 답글

    눈매가 너무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싶어요.
    조만간 집고양이로 폭풍 진화하겠군요. :)
  • 곰냥이 2013/01/07 02:49 #

    이미 진화 완료!!했지요.
  • 모에 2013/01/13 14:53 # 답글

    좋은일 하셨네요^^ 고롱이 너무 귀여운데요!
  • 곰냥이 2013/09/13 22:48 #

    이젠 거묘가 되어갑니다...;;
  • 웅이 2013/07/13 17:56 # 삭제 답글

    저희고양이두침샘염이라는데. .수술하신곳정보좀공유해주세요ㅜㅜ
  • 곰냥이 2013/09/13 22:47 #

    아이고 이제야 댓글을 봤네요... 제가 수술한 곳 관악구 로잔동물센터인데요...
    좀 비싸요ㅠ.ㅠ 집에서 가까워서 다니지만...
    치료나 수술은 잘 하긴 하지만;;; 하지만 이미 치료하셨을 것 같네요...
    그리고 고롱인 침샘염 아니구... 농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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